여자로 태어났는데 남자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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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난 아이가 남자가 되는 믿기 힘든 병이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해변의 살리나스 마을에는 여자로 태어난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남자가 되는 믿기 힘든 일이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생식기가 모호했지만 여자처럼 보여 소녀로 자랐는데, 12살 때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음경과 고환이 갑자기 자라 밖으로 나오고 근육이 붙으며 남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아 90명 중 1명이 사춘기 무렵 남자로 변했다.
이들은 남성 성기가 없어 겉모습으로 여자아이로 판단하고 여자로 자랐지만 원래 XY 염색체를 가진 남자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태아가 8주가 되면 성 염색체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 호르몬의 작용을 받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태아가 XY 염색체면 ‘5알파-환원요소’의 작용으로 DHT라는 호르몬이 생성되어 남성 생식기를 만드는데, 살리나스 마을의 아이들은 유전자 변이로 ‘5알파-환원효소’가 결핍되면서 남성 생식기가 발달하지 못한 것.
이런 현상은 도미니카에서는 ‘게베도세즈’라고 부르는데, ‘12세에 생긴 남성 생식기’란 뜻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아이들에게 악령이 들었거나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
‘세베도세즈’가 생긴 이유에 대해서는 고립되고 좁은 섬에서 같은 지역 사람끼리 결혼하는 풍습 때문인데, 유전적 결함이 생겨 지역 풍토병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사춘기에 남자가 된 아이들에게는 세 가지 신체적 특징이 존재한다.
1.나이가 들어도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
2.전립선이 커지지 않는다.
3.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DHT 호르몬을 줄이면 탈모를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5알파-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하면 탈모 치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알게 된 제약회사가 탈모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연구진은 효소의 억제제를 찾아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냈다.
초기에는 이 약으로 탈모가 아닌 전립성 비대증을 테스트했는데,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임상시험을 거쳐,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가 나왔다. (프로스카)
연구진은 그 약을 원숭이 머리에 바른 다음, 털을 깎아 무게를 쟀더니 무게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프로스카’가 탈모에도 효과가 있었던 것.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는 프로스카 5mg, 탈모 치료에는 1mg이 필요하다.
1mg으로 나온 탈모치료제가 ‘프로페시아’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페시아를 5년간 복용한 126명 환자 중 약 85%의 탈모가 개선되었으며, 98%는 탈모 진행이 멈췄다.
유전자 변이로 여자에서 남자가 된 아이들 덕분에 탈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