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에 지팡이를 짚으며 발을 질질 끌며 겨우 한걸음 떼던 남성이 경찰서 앞에 가득 있는 기자들에게 “죄송하지만 손을 좀 잡아주세요. 도와줄 수 없나요?”라고 말했다.
경찰서 현관 앞은 겨우 높이가 14cm 밖에 되지 않는 낮은 턱이었음에도 이조차 오르지 못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
휠체어를 타고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이 턱은 남성에게는 무척 버거웠다.
그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겨우 현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 18일 일본 현지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이 장면으로 일본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그는 87세의 이즈카 고조 전 경제산업성 공업기술원장으로, 이날 도쿄 메지로 경찰서에 출두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달 19일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시속 100km 가량의 속도로 횡단보도를 덮쳤다.
그 사고로 인해 12명의 사상자(2명 사망, 10명 중경상)이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인해 아내와 딸을 잃은 한 남성이 “운전하는 게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며 이 사고는 일본 사회에 ‘고령자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전했다.
그런데 사고 후에 처음으로 등장한 가해자의 모습이 전국민을 충격에 몰아 넣은 것.
그동안 갈비뼈 손상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았던 운전자가 사고 후 처음으로 경찰에 출두하는 모습이었다.
한 매체에 의하면, 이즈카는 지난해 가을쯤 넘어져 오른 다리를 다친 뒤 지팡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팡이 두개에 의지해 타인의 도움 없이 몸조차 가누지 못했던 것.
그러한 모습을 본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저런 몸 상태로 운전을 한 거냐”, “저런 사람들이 매일 운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등의 거센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매체에 의하면, 이즈카는 자신이 사고를 낸 것을 인정하지만 “몇 차례나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엑셀에서 발을 뗐지만 페달이 눌린 채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나 엑셀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은 차체의 이상보다 과실 운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5시간 30분 정도 경찰 조사를 받은 이즈카는 출두 전후 “(피해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전했다.
유족 측에 직접 사과를 전달하려 했지만 거부 당했다고 한다.
아내와 딸을 잃은 남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내와 딸의 미래를 한순간에 빼앗은 운전자를 엄벌했으면 좋겠다”라며,
“날이 갈수록 절망감이 커진다. 매일 ‘살아있는 지옥’과 같은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의 자발적인 운전면허 반납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