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학생 신분으로 최초 가입한 ‘청년 버핏’의 충격적인 실체가 밝혀졌다.
지난 15일 MBC ‘실화참사대’는 400억원대 주식부자이자 18억원 이상을 기부한 청년 박철상씨의 정체를 추적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04학번인 박철상 씨는 주식으로 40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모아 18억 원 이상을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과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고 밝혀 ‘청년 버핏’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사연은 각종 언론 매체에 소개됐고 사람들은 그를 ‘청년 기부왕’, ‘한국의 워렌버핏’이라고 불렀다.
지난 2016년에는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 선정 ‘아시아 기부 영웅’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해 10월까지 그는 KBS ‘강연 100도씨’에서 직접 강의를 열었다.
방송에서 박철상 씨는 “3년 전 힘들게 살아가던 후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며 후배들을 위해 기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자산을 모은 비결은 바로 ‘주식 ‘이었다.
대구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투자 경력은 긴 편”이라며 “중학교 때부터 주식을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 신문사 주관 특강에서 박 시는 “12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제일 수익이 낮았던 해가 35%였다”며 “손실 본 해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일 (수익이) 많았던 해가 150%다. 제가 25살 때 쯤 제가 먹고 살 건 다 벌었다. 부모님 노후까지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교인 경북대학교에도 아낌없이 기부했다.
총 9개의 장학기금, 1개의 의료기금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그는 여러 기부 행사에 얼굴을 비췄다.
‘실화탐사대’측의 취재 결과 그는 실제로 기부를 실천했다.
시민 단체 등이 직접 박철상 씨에게 기부를 받았다고 인증 했으며, 그가 기부한 금액은 총 18억 원이 넘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박철상 씨는 구속됐다.
박 씨를 최초로 고소한 피해자 김 씨는 “(박 씨에게) 13억 9,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기부를 콘셉트로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약 7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박철상 씨와 SNS로 친분을 맺었다.
자연스럽게 몇 차례 만남을 가진 뒤 박 씨는 먼저 “기꺼이 돈을 맡아주겠다”고 했다.
수익을 내 줄테니 그 수익을 좋은 데 쓰라는 것이었다.
김 씨는 “그 손을 잡으면서도 내가 너무 고마워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날 도와주고, 이걸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박 씨를 믿고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친인척들의 돈 까지 총 13억 9,000만원을 박 씨의 손에 맡겼다.
피해자는 김 씨 뿐만이 아니었다.
김 씨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 피해자는 투자금 손실로 인해 아파트 중도금을 못 내고 있다고 밝혔고, 다른 피해자는 거의 10년 동안 모은 2억원의 결혼 자금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확인된 피해자만 총 13명, 피해액은 총 24억 원에 달했다.
박 씨의 피해자 중에는 박 씨 모교인 경북대 교수도 있었다.
교수는 박 씨가 “교수님, 의과 대학 나온 제자가 자기 선생 건강을 보살펴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갖고 있는 재주는 돈 늘리고 불리는 자산관리 하는 건데 그걸 해드리고 싶다”고 말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에게는 “선생님도 학생들 도와주시는 걸로 같이 좀 동참하시면 어떻겠냐”고 했다고 한다.
박 씨는 교수에게 “제가 잃지는 않는다. 선생님 수익으로 학생들을 돕겠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교수들은 결국 돈을 돌려받긴 했지만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한 교수는 “생각을 해보라. 제자한테 선생이 사기당하고 나서 그걸 어디가서 이야기하겠냐. 그게 얼마나 큰 배신이냐. 내 입으로 이런놈(박철상)이 되어라 하고 (아이들한테) 수업시간에 말했단 말이야”라며 분노를 표했다.
박 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대부분은 교직원 및 교수들이었다.
학교나 단체에 기부를 해 신뢰를 얻은 뒤 관계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박 씨가 이런 방식으로 모집한 금액은 35억원이 넘었다.
이는 현행법 상 유사수신행위에 저촉될 수 있다.
투자 금액을 다른 용도로 썼다면 사기죄 성립도 가능하다.
박 씨의 첫 공판에서 많은 이들은 수많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김 씨는 “이 사기꾼을 ‘내가 장학금 받았다’,’내가 후원 받았다’며 용서해달라고 탄원서 넣는 건 안해야 되는 거 아니냐” 며 호소했다.
‘400억 주식 부자’, ‘손해를 본 적 없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박철상 씨가 주식으로 돈을 번 건 6억을 투자해 낸 4억 4,000만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2015년 5월부터는 계속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돈을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기부를 하고, 기부를 약속하며 또다시 투자금을 받았다.
박 씨는 혼자 살면서 56평 전망 좋은 고급 아파트 고층에 거주했다.
다달이 230만원~25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있었다.
투자자들에게는 “사실 조그만 집에서 살고 싶은데 가장 좋은 집에서 미리 살아보고 어머니한테 집을 줄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평소 단골 한우집이 있을 정도로 돈을 아낌없이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골 한우집 사장은 그를 기억한다고 말하며 매번 비싼 한우를 먹고 본인이 주로 계산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년 간의 통장 거래 내역에서 그는 기부처 외에도 억단위 돈을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송급했다.
1억원을 받은 여자친구는 “장학사업 서류 검토를 했다”며 “그 분이 그냥 시키기 미안하니까 그 명목으로 줬다”고 말했다.
2억 여원을 받은 사람은 바로 박 씨의 부모님이었다.
박 씨의 어머니는 “우리가 몸이 안 좋아 대화할 상황이 못된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의 어머니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아들 때문에 집도 넘어가고 상황이 안 좋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부모에게 간 2억 원의 행방은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박 씨의 모교인 경북대 명예의 전당에 박 씨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학교 발전기금 측은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학교 측은 “회계 체계가 있으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