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유로 여성이 사망한다.
지난 2010년 1월, 11세 소녀가 헛간에 격리되어 있다가 탈수와 설사로 사망했다.
소녀의 가족과 이웃 모두 ‘소녀를 만지면 불순해진다’라고 생각해 병원으로 데려가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동년 12월 한 여성은 헛간에서 머무르다 독사, 전갈에 물려 사망했다.
2016년 12월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몇 주 후 15세 소녀 역시 사망했다.
2017년 5월에는 헛간에 격리되어 있던 14세 소녀가 감기 심화로 사망했고, 동년 7월 19세 소녀가 뱀에게 머리와 다리를 물려 사망했다.
2019년 1월 35세 여성과 그의 두 아들(9세, 12세)이 헛간에 격리되어 있다가 화재로 연기 흡입,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고 동년 2월 21세 여성도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생리 기간 동안 여성을 가족과 격리시키는 ‘차우파디(Chhaupadi)’라는 관습 때문이다.
차우파디는 나이와 상관없이 생리 중인 여성이나 갓 아이를 낳은 산모를 부정한 존재로 보고 가족과 격리시켜 헛간 등에 머물게 하는 관습이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기준 15~49세 네팔 여성의 19%가 차우파디를 겪었고,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무려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파디로 인해 생리기간 동안 여성들은 가족과 정상적인 생활은 물론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한 주택이나 사원에도 입장할 수 없고 등교도 금지된다.
이 기간동안은 타인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사람(특히 남성)과 접촉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는 모두 월경혈이나 출산혈이 재앙, 불운을 몰고 온다는 힌두교의 믿음 때문이다.
심지어 부엌에서 음식 등을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으로 인해 금지되고, 부엌에서 요리된 음식도 먹을 수 없다.
또한 홀리 바질 등 녹색 작물을 만지면 녹는다는 인식이 있어 이 기간에는 여성이 이것을 만지거나 섭취하는 것이 금지된다.
그리고 힌두교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소, 물 등과 접촉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
소를 만지는 것은 물론, 소에서 얻은 우유나 버터를 섭취하는 것도 금지되어있다.
또한 수도꼭지나 우물 등 물의 공급원과도 접촉하는 것이 금기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네팔 여성의 89%가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는데 모성혈을 더럽다고 여겨 네팔에서는 모성사망률도 높다.
네팔의 모성사망률은 10만 명 당 229명이었다.
그러다보니 네팔은 유엔밀레니엄개발목표에 따라 모성사망률을 3/4로 줄이려 노력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차우파디 기간을 노려 강간하려는 범죄자들도 적지 않다.
네팔 여성 사팔타 로카야는 한 매체에 “밤이 되면 남성들이 헛간에 찾아와 괴롭힌다. 부모님이 밤에 남성들을 겨우 쫓아내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다양한 문제로 네팔 대법원은 2005년 차우파디를 인권침해로 여겨 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이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2017년 8월 네팔 의회는 만장일치로 차우파디를 강요한 이를 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2018년 8월 발효되었다.
이 법률로 차우파디를 강요한 이는 3개월 징역형과 3,000네팔루피 (약 3만 2,000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힌두교 지도자들이 차우파디에 대한 믿음을 지속적으로 전파해 사회적 인식은 그대로 머무르고 있고, 이로 인해 여성들도 생리현상과 자신 스스로까지 혐오하고 있다.
사팔타 로카야는 “생리 기간 가축 헛간에 격리되어 소똥 위에서 잠을 자고, 동물들이 내 몸 위를 밟고 지나갈 때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첫 생리가 시작되고 차우파디에 격리된 뒤 난 생리를 절대 하지 않기만을 빌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타파하려 같은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인도에서 2015년 P&G 위스퍼는 ‘Touch the pickle’이란는 캠페인을 벌여 2015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양성평등과 관련한 ‘글래스 라이온’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생리 중인 여성이 피클병을 만지면 피클이 상한다는 인도의 미신을 깨뜨리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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