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을 하거나 지방절제술 과정에서 몸에서 뺀 ‘지방’은 쓸모가 없어서 여태껏 그냥 버려졌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업계는 국내 성형외과를 기준으로 해마다 지방 100~1,000t정도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폐지방이 활용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와 콜라겐 등 유용한 물질이 많아 산업적 용도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것.
이달 15일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에는 인체 폐지방을 의료기술이나 의약품 개발에 재활용하는 과제가 포함되었다.
미국 로스앤젤리스 캘리포니아대 재생생명공학및치료연구실 연구팀은 지난 2001년과 2002년 각각 인체 지방조직에 든 지방줄기세포가 골수나 제대혈에서 얻는 성체 중간엽줄기세포처럼 뼈와 관절, 근육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베로나대 성형및재건수술 연구팀이 전세계에서 최초로 ‘지방줄기세포’를 이식해 환자의 망가진 혈관을 치료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폐지방에서는 세포를 배양하는 틀로 사용하는 세포외기질과 화장품과 성형에 사용되는 콜라겐을 얻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물질은 주로 ‘태반’이나 ‘시신’에서 얻었다.
다만 아직까지 사람의 지방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한 사례는 없다.
부패와 감염 우려로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전량 소각하고 있으며, 현행법에서도 인체 폐지방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에서만 산업 활용 목적으로 연구를 허가했고, 현재 대구 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국내 병원들과 공동으로 폐지방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태반에서 얻는 콜라겐은 5mg이 약 80만 원에 거래되고 있고 인체 폐지방 1L에서는 약 0.6g의 콜라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인체 폐지방은 경제적 가치가 높지만, 실제 산업에서 활용되려면 생명윤리와 관련 법의 제한 등 다양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업계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인체 폐지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