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강원도에서 농민들이 앞장서 화재를 제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1일 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 1리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인근 산림으로 번지며 마을 주변을 에워쌌다. 더구나 초속 20m의 태풍급 강풍은 불을 약 2km 떨어진 인근 군부대까지 끌고 갔다.
멀리서 이 산불을 지켜보던 정일모(53)씨와 그의 동료 두 명은 농약을 살포할 때 쓰는 광역방제기 통(7000L)에 물을 담아 곧바로 화재 현장으로 트럭을 몰았다.
정 씨 일행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방당국의 지시에 따라 주저 없이 물줄기를 쐈다. 반경 150m 까지 살수가 되는 광역방제기 덕에 하마터면 불에 탈 뻔한 집 2채를 구했다.
정 씨 일행은 인근 도랑에서 물을 다시 채워 곧바로 산 쪽으로 향했고, 탄악고 주변을 사수하고 있던 대열에 합류해 다음 날 새벽 2시 반까지 사투를 벌였다.
어느 정도 진화가 됐을 무렵 소방대원이 그들의 소속을 묻자 정 씨 일행은 “산불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라고만 하고 현장을 떴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정 씨는 “작년도 그렇고 자라면서 산불을 수도 없이 보고 피해를 입었다”면서 “공동체의 피해가 곧 나의 피해고 나 역시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달려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곳 사람들은 산불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서 “산불이 삶의 일부가 되다 보니 모두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산불은 지난해 4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작년엔 산림 1267ha가 불탔지만 올해는 85ha가 타는 데 그쳤다.
소방당국은 정 씨 일행을 비롯한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