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관중이 던진 ‘치킨 박스’를 등에 맞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눈물을 훔쳐야 했다.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주장 이대호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이날 취재진은 ‘치킨 박스’를 등에 맞았던 일을 언급했고 이에 이대호는 허심탄회하게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지나 3월 31일 롯데 자이언츠는 라이벌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이에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은 크게 분노했고, 팬들의 노여움은 모두 선수들에게 향했다.
구장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퇴근 중이던 이대호의 등에 먹던 ‘치킨 박스’를 집어 던지는 팬도 있었다.
이대호는 그 때를 회상하며 “괜찮다.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롯데를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분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그 때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며 “팬들도 속상했겠지만 내가 열배, 백배 힘들지 않았겠나”라고 털어놨다.
이후 취재진의 ‘치킨 박스’사건이 전환점이 됐느냐는 물음에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나보다 가족들이 더 크게 상처를 받는다”며 “아내가 너무 많이 울었다. 가족들에게 더 미안해진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솔직히 내 팬이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더 구렁텅이로 모는 것이다. 슬럼프라든지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었다”라며 자제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나 뿐만 아니라 보고 계신 팬들도 화가 많이 나실 것”이라며 “나도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는 부모인데 만약 내 아이가 커서 봤다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건 이후, 지난 4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 승리를 시작으로 롯데는 반등에 성공해 어느덧 4위까지 올라섰다.
부진을 보였던 이대호도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벼랑 끝에 서있다 보란 듯이 재기한 이대호는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꾸준히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올 시즌 팀을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