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의사 부부가 자신의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버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아들을 거짓말까지 해가며 유기한 이유는 바로 아들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코피노로 둔갑해 필리핀에 버려진 14살 이연준(가명) 군의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 선교사 A씨가 이연준 군의 사연을 올렸다.
A씨는 “한국 아이가 필리핀에 들어와 고아원에 오게 되었는데 여권도 없고 신상을 증명할 아무 서류가 없다”며 “한국으로 가고 싶으냐고 물으니 눈물을 글썽이며 가고싶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코피노라는 이름으로 필리핀에 남겨진 아이를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4년전 필리핀 여성과 낳은 아이라며 한국인 선교사에게 아들을 맡아달라고 한 후 떠났다.
대사관과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아버지와 연준군 사이의 만남이 성사됐지만, 보육원 원장은 4년만에 만난 부자지간의 모습이라 보기에 무척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뒤 아버지는 검찰 조사 결과 친아들 연준군을 타국에 고의로 유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구속됐다.
연준 군의 아버지는 연준군을 유기하기 전 아이의 이름을 미리 바꾸고 여권까지 아예 회수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아이를 맡길 당시 연락처조차 남기지 않았던 연준 군의 아버지는 후원금까지 제 3자의 명으로 송금했을 정도로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당초 대사관이 아버지에게 연락했을 때, 아버지는 형편이 어려워 필리핀으로 바로 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알고보니 아버지는 부산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의사였다.
또한 연준 군을 유기한 한의사 부부에게는 대학교를 다니는 첫째 아들까지 있었다.
이들은 연준 군을 필리핀에 방임한 채 아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다니기까지 했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유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연준 군이 7세였던 2010년도부터 부부는 무려 9년간 아들을 방임해왔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필리핀에 두고 온 이유에 대해서는 어학연수 차 보냈다고 하지만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사실은 반 인륜적인 범죄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 아이의 존재가 공적 영역에서 드러나야 하는 그 시점부터 아이를 유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해 아이를 ‘코피노’라고 속여가면서까지 유기한 것이라는 게 김태경 교수의 분석이다.
전문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서 지적장애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것이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연준 군에게 우울증도 생기고 조현병도 생긴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이를 유기한 부모의 행동이 오히려 연준 군의 정신 질환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