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으로 인출이 된다는 사실을 안 여성은 펑펑 돈을 쓰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크리스틴 자이신 리는 2012년 17세의 나이로 호주에 유학을 왔다.
당시 크리스틴은 시드니에 있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다.
크리스틴이 웨스트팩 은행에 계설된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무한이 인출되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영미권 은행은 고객 편의를 위해 잔고가 부족할 경우 일정 금액까지 초과해 결제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은 마이너스에 한도가 있지만 크리스틴의 경우 은행의 실수로 인해 한도액이 설정되지 않았다.
크리스틴은 은행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곧바로 집을 월세 300만 원짜리 펜트하우스로 이사한다.
이후 명품을 모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했다.
크리스틴은 비밀 계좌를 따로 개설해 돈을 이동시키고, 무한 인출되는 계좌로는 쇼핑을 했다.
심지어 남자친구에게 포르쉐를 사주기도 했다.
은행 측은 크리스틴이 돈을 마음껏 뽑아 쓴다는 사실을 11개월 동안이나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크리스틴의 페이팔 계좌에 하루 14차례에 걸쳐 115만 호주달러(9억 5천만 원)이 이체된 사실을 파악하고나서야 문제를 직감했다.
호주 경찰이 그녀의 집을 습격했을 때 방안이 온통 수십억 원 어치의 명품으로 차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11개월 동안 사들인 명품 가방, 구두, 옷,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합하면 52억 7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그녀의 명품들은 호주 당국에 압수된 상태다.
크리스틴은 “부모가 부자라 통장에 계속 돈을 넣어주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그녀의 부모는 말레이시아의 평범한 중산층임이 밝혀졌다.
2016년에는 긴급 여권으로 말레이시아로 도주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히기도 했다.
이후 크리스틴은 검찰에 넘겨졌으나 호주 검찰은 그녀를 기소하지는 못했다.
그녀와 같이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계좌로 210만 호주달러(17억 4천만원)을 쓴 혐의로 기소됐던 호주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남성이 인출 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행에 알릴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검찰은 크리스틴 사건도 기소 전에 재판을 포기했다.
현재 기소가 취하됨에 따라 크리스틴은 가족이 있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취하와는 무관하게 은행으로 부터 민사 소송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웨스트팩 은행 측은 “검찰과 경찰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크리스틴으로 부터)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