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담담하게 이별을 고한 남학생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누나, 이제 우리 헤어지자. 4년 넘게 만났는데 이 정도면 너무 오래 만났다. 이제 나도 다른 사람 좀 만나보려고.”
묵직한 이별 통보와 함께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연상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여자친구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뛰어가 번호를 물어봤다는 남학생.
그는 아직도 그 순간 처음 만났던 그녀의 표정과 손짓, 목소리 하나 하나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고 전했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 둘은 1년 간 매일같이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후 1년이 지나고 군대에 가게 된 남학생은 입대 바로 전날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묵묵히 남학생의 곁을 지켜주면서 힘든 훈련을 받는 그를 위로했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2년을 버텼다.
시간이 흘러 군에서 전역한 남학생은 그토록 기다리던 여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여자친구는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자친구는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되었고 남학생은 여전히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남학생은 학교 생활에, 여자친구는 사회 생활에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둘은 점점 연락까지 뜸해지게 됐다고 남학생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부서에서 누나를 되게 챙겨준다는 그 사람. 아마도 그 사람이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이어 “딱 붙어 앉아 있는 누나와 그 사람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난 학교 편의점 구석에서 숨죽여 울었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누나, 그 사람 좋아해도 돼. 카카오톡 알림이 뜰 때마다 이제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라고.
그는 담담한 척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이별 편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써 내려갔다.
“나도, 누나도 딱히 잘못한 거 없어. 그래서 아마 헤어진 다음에 나는 꽤 슬플 것 같아”
“그래도 여기서 그만하는 게 맞겠지? 내가 또 그 정도 눈치는 있잖아”
“사랑한다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은 같이 나올 수 없지만 이번에는 그게 가능할 거 같아”
“이제 못 볼 테니 꿈에서라도 한 번 더 보게 얼른 자야겠다.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