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적십자사가 최소 30회 이상 헌혈한 헌혈자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만든 헌혈 유공장이 암암리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헌혈 유공자 판매’라는 단어로 최근 1년간 게시물을 검색하면 30건 가량의 게시물이 나온다.
시세는 1만원에서 5만원 사이. 헌혈 횟수가 많고 미개봉 상태일 경우 가격은 더욱 올라간다.
구매자 대부분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과시용으로 이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시용 구매 뿐만 아니라 일부 수집가들도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헌혈 유공장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비로 제작하는 것으로 헌혈 횟수에 따라 은장 (30회), 금장(50회), 명예장(100회), 명예대장(200회), 최고명예대장(300회)로 나뉜다.
유공장을 산다고 해서 헌혈 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혈자 신분과 헌혈 횟수를 대한적십자사가 실명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공장 매매가 빈번해진 데에는 헌혈 참여 홍보에만 치중하는 대한적십자사의 홍보 방식과 헌혈유공자에 대한 소홀한 예우 등이 꼽히고 있따.
부산에서 40년간 300번 넘게 헌혈한 이모(59)씨는 “1990년대만 해도 금장 대상이 되면 왕복 항공권을 받고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유공장을 받았다”며 “지금은 헌혈자가 많아졌따는 이유로 유공장 수여식조차 열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적십자사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달라지는 게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헌혈 유공장을 고이 간직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이러한 헌혈 유공장 매매 실태를 알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헌혈 훈장 수여와 관련한 규정이나 지침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기존 헌혈 유공자를 보완해 새로 제작한 헌혈 유공장을 5월 중순부터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