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전화기 속 여성 목소리가 보는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과거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소개한 1년째 토요일 새벽만 되면 울리는 정체불명의 전화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는 어느 부부의 사연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아내 김화자(59) 씨는 “희한하게 새벽 3시 40분경이 되면 가냘픈 여자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에 따르면 토요일 새벽마다 걸려오는 전화에서 정체모를 여성이 ‘여보세요’라고 세번 말한 뒤 전화가 끊어진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 날 통화기록을 확인해봤지만 발신번호는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편 장도순(60) 씨는 “새벽에 잠도 못자고 3시 45분~50 사이에 이러니까 놀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장씨가 직접 휴대폰으로 녹화한 영상을 보면 아내 김씨 전화기 넘어로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렸다.
남편 장씨는 “섬뜩하니까 겁도 나고 한번 (영상을) 찍으려고 마음 먹었다가 겨우 찍은거다”며 “거의 토요일에 많이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닌지 하고 의심도 해봤지만 발신번호가 뜨는 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무려 1년간 이들 부부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며 공포에 떨게 하는 ‘토요 미스터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나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그럴만한 일은 지금까지 없다고 딱 잘라말했다.
남편 장씨는 “우리 부부는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들 부부는 전화기를 구매한 대리점을 자주 방문했고 그때마다 통화기록을 확인해봤지만 내역에는 아무 것도 찍혀 있지 않았다.
남편 장씨는 “60년 세월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터가 나빠서 집터 신(이) 그런건지 귀신의 장난 같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전화기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넘어로 정체불명의 여성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전화기를 들여다보던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은 부부에게 알람 맞춰 놓은 적 있는지를 물어봤고 확인해보니 알람이 맞춰져 있었다.
정확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시간에 알람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다면 알림 벨 소리가 울리지 않고 왜 사람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확인해보니 알람음에 설정돼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통화 녹음이었다.
알고보니 남편과 아내가 주고 받은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었고 녹음이 알람 벨 소리로 지정돼 있었던 것.
다시 말해 새벽마다 걸려오는 전화기 속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 정체는 다름아닌 아내 김씨의 목소리로 최종 확인됐다.
토요일 새벽마다 걸려온 의문의 전화기 속 목소리 주인공이 본인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아내 김씨와 남편 장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부부는 통화 기능 이외는 아무 것도 할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공포의 전화는 해프닝으로 판명났고 그제서야 부부는 허탈하지만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편 장씨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근심 걱정을 한게 진짜 허무하다”고 말했고, 아내 김씨도 “별거 아닌거로 속 끓였다”고 덧붙였다.
기막힌 이들 부부의 고민은 그렇게 해결됐다. 하지만 통화 이외 전혀 전화기 조작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알람이 설정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한편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덕분에 1년 동안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로 공포에 벌벌 떨어야만 했던 이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