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직무 수행 과중에 상대방의 행위에 따라 수갑에서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는 위해 대응 수준 ‘5단계’를 마련했다.
22일 경찰은 “경찰위원회가 지난 20일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전했다.
이 제정안으로 전국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기준이 마련된 셈.
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대상자 행위의 위해 수준을 5단계로 나눴고 그에 따른 물리력 행사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여태껏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무기 및 장구 사용에 관한 규정이나 전자충격기, 수갑 등 내부 장구 사용메뉴얼 등을 통해 물리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대부분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일임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경찰 측은 “이번에 대응 기준을 통해 상황에 맞게 적절한 물리력을 단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현장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경찰관의 지시 및 통제에 따르는 ‘순응’ 상태에는 말로 협조를 유도하고 체포할 시 수갑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거나 일부로 몸에서 힘을 빼거나 고정된 물체를 잡고 버티는 등 ‘소극적 저항’을 하면 신체 일부에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경찰봉으로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다.
또한 체포 및 연행을 하려는 경찰에게서 도주하려 하거나, 경찰의 손을 뿌리치고 밀고 잡아끄는 ‘적극적 저항’의 경우 경찰은 관절꺾기 등 강한 신체 제압을 할 수 있고 보충적으로 분사기를 이용할 수 있다.
폭행 자세를 취해 그 행사가 임박, 강하게 밀거나 주먹이나 발 등을 사용해 공격을 하는 ‘폭력적 공격’에서는 경찰봉을 이용해 가격하거나 전자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최근 ‘대림동 여경’ 사건으로 일컬어진 서울 구로구 구로동 거리에서 취객이 경찰관 뺨을 때리는 상황이 벌어진 경우라면 ‘폭력적 공격’에 해당하므로 기준에 따라 경찰봉으로 가격하거나 전자충격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단계인 총기류, 흉기, 둔기를 쓰거나 무차별 폭행을 벌이는 ‘치명적 공격’에서는 경찰은 경찰봉, 방패 등으로 급소를 가격하거나 권총까지 쓸 수 있다.
반면 집회나 시위는 범죄 혐의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이 기준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해산 명령에 불응해 연행이 시작되면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이 기준을 적용할 여지가 생길 수는 있다.
또한 경찰은 물리력 행사로 부상자가 발생할 시 즉시 병원에 이송하고 보호자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 사항도 마련했다.
경찰관이 총기 등을 사용했을 시에는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다만 제정안은 경찰관이 물리력을 객관적 합리성, 행위·물리력 상응, 위해감소 노력 우선 원칙에 따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 말인 즉슨 보통의 경찰관이 어떻게 행동했을 지 생각하고 현장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할 때 대화 등 낮은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가능하다면 전자충격기보다는 경찰봉, 무기보다 신체를 통한 제압 등 낮은 단계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신체나 생명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강한 제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총기 사용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수단은 공인된 것만 사용할 수 있으며, 성별·장애·인종 등에 대한 선입견으로 대상을 차별하거나 징벌·복수, 상황의 빠른 종결, 직무수행 편의 등을 위한 물리력 행사는 금지된다.
이러한 제정안은 경과 기간을 6개월 거쳐 오는 11월 중에 시행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리력 사용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