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과 북한의 모습들을 같은 구도로 촬영한 사진작가의 작품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작가 유스케 히시다의 ‘Border I Korea’시리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배경으로 하여 찍은 두 사진이 있다.
두 집 모두 커튼 앞에 소녀가 각각 서 있다.
한 사진은 북한에서, 다른 한 사진은 남한에서 찍은 사진이다.
복장과 배경으로 미루어보아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디인지 추측이 가능하다.
거리의 여성 모습을 담은 두 사진은 모두 남한과 북한에서 찍었다.
이 역시 헤어스타일, 복장, 의상 등으로 장소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사진처럼 남한과 북한 사이의 큰 위화감은 보이지 않는다.
유스케 히시다가 출간한 사진집 ‘Border I Korea’은 북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한 선입견,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큰 센세이션을 주고 있다.
그는 2009년에서 2015년까지 약 7차례에 걸쳐서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은 왼쪽, 남한에서 찍은 사진들은 오른쪽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사진집을 출간했다.
방송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유스케 히시다는 지난 2001년도 미국에서 발생했던 동시다발적인 테러 후 뉴욕에서 취재를 계속했다.
그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나오는 방송은 전파를 타고 흐르고 나면, 결국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역사의 순간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방문하며 현지인들의 생활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때 그는 단 한 줄의 국경선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 생각, 그리고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을 하며 그는 한반도 군사분계선은 남북한 사람들에게 어떤 생활양식으로 변화시켰는지 또한 보고 싶어졌다.
2009년 5월, 그는 그렇게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되었다.
“과거 전쟁 중의 일본으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북한은 어릴 때도 지도자에게 충성해야 하고, 선군주의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게 된다. 만일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매스게임에 참여하거나 지도자를 향해서 만세를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그는 북한을 통해서 판문점을 찾았다.
그 곳에서 군사분계선 너머에 있는 남한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는 그 국경선이 가지는 이상한 경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의 선을 둔 채 이쪽이냐, 저쪽이냐로 달라지는 그 것이 과연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이때부터 그는 남북한을 같은 구도선상에서 바라보고 이를 대비시켜보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북한 수도 평양은 흔하게 ‘쇼윈도 도시’라고 불린다. 안내원이라는 이름으로 감시자가 따라다닌다.
혼자 돌아다니는 자유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유스케 하시다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당시에도 주변 사람들은 “어차피 가봤자 표면적인 부분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래서 유스케 히시다는 철저히 얼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머리카락 한 올, 여드름, 보조개와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놓침없이 기록하자는 의도였다.
북한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가슴에 김일성과 김정일 얼굴의 배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유스케 히시다는 배지를 달지 않을 때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아래는 그렇게 담은 사진들 중 하나다.
북한의 남포, 그리고 한국의 인천에 위치한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들로 실제 남포와 인천 간의 거리는 100km 가량 된다.
그 외에도 주말을 즐기는 모습, 아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 사춘기 소년의 여드름 등 그의 사진들이 있다.
이들을 감상하면 정치체제, 문화, 사상은 달라도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 즐거움, 고민 등에는 차이가 없는 듯 하다.
2018년 한반도는 정세가 급변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양국 정상이 올해 내로 한국전쟁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68년 간, 남북이 서로 총을 들고 대립한 군사분계선의 역할도 조금은 바뀔지도 모른다.
“지난 7년 간 사진을 찍으며 남북의 풍경 사이 조금씩 다른 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 차이는 점차 없어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서 고정적이었던 이미지도 바뀔 것이다.”
아래에서는 유스케 히시다의 남북한에 대한 더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