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아바나에서 쿠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은 자체적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열었다.
이는 일당독재 국가인 쿠바에서 처음 발생한 일이었다.
100명이상의 쿠바인들이 모여 “다양성 있는 쿠바 만세”를 외치며 무지개 깃발을 들고 아바나 센트럴 파크에서 바닷가 대로까지 약 1km 가까이 행진하다가 결국 수십 명의 보안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사복 경찰에 의해 최소 3명의 활동가들이 붙잡혔고, 공식 허가가 나지 않은 집회라는 이유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독립 언론인이자 LGBT 활동가 메이켈 곤잘레스 비베로는 “LGBT 커뮤니티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었고, 전반적 쿠바 시민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가 역할을 했고, 시민사회는 힘을 보여줬습니다”라며 “필요하다면 거리로 나설 수 있고, 이제부터 정부는 그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더했다.
이번 퍼레이드는 쿠바에서 국가 기관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조직된 2번째 행진이었다.
첫 행진은 약 한 달 전에 열렸다.
동물 권리 보호를 위해 열렸던 첫 번째 행진은 지역 당국의 허가가 떨어지기는 했다.
이번 퍼레이드는 국영 성교육 센터(CENESEX)가 지난 주 동성애 혐오에 반대하는 12번째 연례 콩가 행사(쿠바 게이 퍼레이드)를 갑작스레 취소하는 바람에 활동가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공산당 제 1서기 라울 카스트로의 딸인 마리엘라 카스트로가 이끄는 CENESEX는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및 좌파 동맹국 베네수엘라에 공격적으로 나오는데, 힘을 얻은 일부 단체들이 이 행사를 통해 정부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수십 년째 쿠바에 민주주의를 퍼뜨리고 공산당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여러 LGBT 활동가들에 의하면, 쿠바 정부의 방침은 복음주의 교회의 압력에 의한 것라고 한다.
이 교회들은 쿠바에서 지지자를 늘려가며 성소수자 인권 확대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CENESEX는 이번 행진을 ‘도발’이라고 칭하며, “일부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익명으로 혹은 안보 당국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참석하지 말라는 위협을 받았음에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르나 로사 파드론 딕슨은 “이건 정치적 행진이 아니다. LGBT 커뮤니티를 조명하기 위한 축하 행사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활동으로 시민 사회가 강해질까?
활동가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번 퍼레이드를 행진했다.
쿠바에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군집하는 인원이 늘어났다.
때로는 이런 집회가 정책에 영향을 주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반대 캠페인이 확대되자 쿠바 정부는 예술 탄압 법령의 전면적 시행을 유보하거나 기업가들과 전문가들의 불만에 따라 민간부문 규제에서도 물러서기도 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여태까지 공공장소는 철저히 통제해왔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행진만 선별적으로 허가해왔다.
아바나의 콩가 행진(게이 퍼레이드)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예외적 행사였는데, 이는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에 혁명을 일으킨 후 성소수자를 노동 수용소에 보내기도 했던 쿠바 정부가 최근 LGBT 인권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