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부모가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들은 “왜 우리를 정치 싸움에 이용하는 거냐”며 호소했다.
지난 9월 故 김민식(9) 군이 충남 아산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민식 군 부모는 아들 민식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지만 않고 다른 아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힘썼다. 안전사고로 자식과 이별한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 부모와 함께 어린이들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법안 통과를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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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개의 직전 안건 199건 모두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지난 29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이 필리버스터는 계속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부 ‘데이터 3법’ 등 법안 처리도 불발됐다.
소식을 접한 민식이 부모를 비롯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민식이 어머니 박초희 씨는 “민식이가 왜 협상 조건이냐.
왜 우리를 이렇게 이용하냐.
무릎까지 꿇었는데”라며 오열했다.민식이 부모를 비롯한 다른 학부모들도 함께 나경원 원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선언을 한 후 해인이‧하준이‧태호‧민식이 등 먼저 떠난 어린이들 이름을 부모 앞에서 한명씩 호명을 했다.
이어 “우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 국회의장께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신청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지금 선거법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이냐’며 어이가 없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민식이 아버지는 “선거법과 아이들 법안을 바꾸자는 것 아니냐. 그게 협상 카드가 되냐.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며 “지금 이미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인 셈”이라며 분노했다.
한편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함으로써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이 다음달 3일 이후 본회에 상정되는 것을 막게 됐다.
정기국회 종료(12월 10일)까지 11일 정도가 남은 가운데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고수한다면 더이상 안건 처리를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된다.
회견장을 나서던 나 원내대표는 “저희는 어쨌든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