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측정의 날인 오는 20일부터 국제단위계 7개 기본단위 중 4개의 정의가 변경된다는 소식이다.
1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질량 단위인 ‘kg(킬로그램)’, 온도단위인 ‘K(켈빈)’, 전류 단위인 ‘A(암페어)’, 물질량 단위인 ‘mol(몰)’의 변경된 정의가 20일 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표준과학 역사상 4개 단위를 한 번에 다시 정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번 조처로 해당 단위는 전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정의에 활용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즉, 144년 전인 1875년 5월 20일 도량형의 전 세계적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했던 미터협약 이후 모든 기본단위가 사실상 불변의 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kg’의 경우 1889년부터 백금(90%)과 이리듐(10%)의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 질량 정의로 쓰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130년이 지난 현재에 원기 질량 자체가 수십 마이크로그램 가량 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인공물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의에는 플랑크 상수라는 고정된 값과 물체 질량을 연결하는 키블을 사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광자 에너지를 과앚 주파수로 나눈 수치로, 중력 상수처럼 어디서나 언제나 같은 값을 지닌다.
키블 저울은 질량·전기·중력·시간·길이 등 수많은 측정 표준의 종합체라서 측정 불확실성 정도가 1억분의 1 수준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또한 절대 온도라고 일컬어지던 켈빈 역시 물이라는 특정한 물질에 의존했던 것을 벗어나 볼츠만 상수를 활용하게 된다.
암페어는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무한히 긴’ 등의 모호한 서술 방식 대신에 ‘단위 시간 당 전하 흐름’을 표현하는 기본상수에 근거하게 되었다.
몰은 kg에 의존하던 기존과 다르게 아보가드로 상수 규정을 척도로 쓰게 되었다.
이러한 변동은 우리 일상에는 큰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전했다.
예를 들어 1kg가 재정의되는 바람에 몸무게 숫자가 조정되는 일은 없다는 것.
표준과학자들이 “이는 거대한 변화이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라고 다소 모순적인 표현을 쓰는 이유다.
그러나 박연규 물리표준본부장은 “다만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마이크로 수준 미세 연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약품이 미세한 분량 차이나 금 같은 고가 물품 측정 오차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극한 측정 정확도 향상은 첨단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다. 단위라는 기준이 매우 고도화되면서 최고 수준의 정교한 측정이 가능해진 셈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