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공개 수배 하기 전 용의자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이른바 ‘SNS수배’에 나서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뺑소니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A시는 사건 이틀재인 17일 범인을 잡아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재했다.
그는 경찰을 통해 받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용의자가 촬영된 CCTV 캡처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략적인 인상과 체격을 공개하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올린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 신상을무단 공개할 경우 형사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안기고 있다.
A씨는 인터넷에 글을 게재한 이후 경찰에 공개 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조금만 더 믿어달라”고 했고, 같은 날 저녁 경찰로부터 용의자가 해외로 도주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연합뉴스에 “더 빨리 공개수배를 했다면 도움이 됐을 것 같다”며 “경찰로서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미리 용의자 정보가 공개됐다면 범인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항 등에서 상황이 달랐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지난 7월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발생한 운전자 보복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SNS수배를 통해 범인을 검거한 사례다.
당시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하지 않는 오토바이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가 폭행 당한 20대 여성은 경찰이 가해자를 놓치자 직접 공개 수배를 결심했고, 바로 다음날 블랙박스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의 도움으로 가해자 신원을 특정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SNS수배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피해 여성은 SNS에 블랙박스 영상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 가해자에게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SNS 수배가 범인 검거를 위한 행동인 것은 맞지만 해당 사건 처리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할 수 있어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경찰 수사에 대해 못 미더워하며 사이버 공간의 효율성에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수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가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낙인 효과라든지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우려도 큰데다 용의자가 무고한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공개 수배를 결정할 대는 그 필요성, 공익성과 피의자 인권 침해를 엄격하게 비교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피해자 측이 직접 SNS에 가해자 신상 등을 공개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