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겨레>가 만난 여성 50명 중 20명이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대표되는 여성혐오 범죄가 만연하고 ‘미투(Me too) 운동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년 새 떠오른 ‘페미니즘 리부트’ 움직임은 많은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스무살이었던 권민정(가명)씨는 “여자들은 ‘김치녀,된장녀’ 소리 듣는 동안 누구도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잖아요. 남자 90% 이상이 여성혐오 사회에서 편하게 살았고…그 사건을 계기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탈조선’을 꿈꾸게 됐어요” 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겨레>가 만난 100명의 청년 중 80명은 ‘한국 사회에서 남녀는 평등하지 않다’고 답했다.
1996~2000년생 (19살~23살) 여성들에게도 성차별은 삶이 걸린 문제다.
<한겨레>가 만난 여성 50명 중 20 명은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여성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냈다.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한 여성은 50명 중 60%에 가까운 29명에 이르렀다.
반면, 남성 응답자 50명 중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이는 12명,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는 16명이었다.22살 여성 유수민 씨는 “둘이 같은 꿈을 꿨는데 엄마만 결혼했다는 이유로… 그런 걸 보면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아요.
다 그렇지 않을까요? 아빠처럼 살고 싶어요. ”라고 말했고, 22살 여성 이송아(가명)씨는 “한국에선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여자만 노예 생활이에요.결혼하는 순간 회사를 그만둬야 하고, 아니면 회사 다니면서 임신,출산,육아를 겪어야 하고… “라고 말하며 평등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 대해 분노했다.
청년 100명은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묻는 항목은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한국 남성의 분노에 공감한다’고 답한 여성은 50명 중 11명인 반면 남성은 50명 중 25명이나 됐다. ‘한국 여성의 분노에 공감한다’고 답한 여성은 50명 중 무려 36명이었고, 남성은 50명 중 24명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점 차이도 컸다.
22살 여성 김우연(가명)씨는 “페미니즘은 성차별을 지양하자는 거니까 너무 당연한 운동”이라고 하며 “여기에 반대하는 남자애들이 많은데 너무 답답해요.자기들은 겪은 게 없으니까 저러나 싶어요.
자기들도 힘들다는데, 배부른 소리 같고요. ”라고 말했다. 23살 여성 유지연(가명)씨 역시 “사회적 인간이라면 ‘페미니즘’은 당연히 가져야 하는 가치관이고 인간 평등을 지향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또래 여성들의 이러한 분노를 남성 50명 중 절반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22살 남성 김종훈씨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SNS나 뉴스를 통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접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모든 남자가 이럴 거다’ 일반화하는 게 싫어요.
”라고 했다. 23살 남성 김도훈(가명)씨도 “개념 자체를 왜곡해서 쓰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무슨 일만 일어나면 ‘성차별’로만 접근하니까 좀 그래요.”라고 답했다.
이에 페미니스트 청년들은 이런 반응들이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22살 김선희씨는 “저조차 가끔 남들, 특히 남성들 앞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쓰기가 두려울 때가 있다”고 말하며 “그냥 여성주의자라고 하거나, 인권 운동을 한다고 돌려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그러고 나서 항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후회해요.
”라고 말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한편, 해당 조사 결과를 접한 누리꾼들은 “평등해지려면 아직 멀었음…”, “아버지든 어머니든 다 마찬가지로 고달프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한거지”, “결혼하고 아이낳고 집에서 육아 한번 해보삼. 여자는 진짜 인생이 달라짐…꿈이고 뭐고ㅜㅜ”, “아버지의 삶을 모욕하지 마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