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당시 이춘재의 자백 과정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9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런 것은 상관 없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검찰이 지난 금요일 법원에 제출한 이춘재 사건 기록을 보고 있다”면서 “멋진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춘재의 자백 과정을 적어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춘재가)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해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면서 “10건 중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뺀 9건을 인정해야 하는데, 순간 다들 난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춘재의 검찰 진술 조사에서 “(이춘재는) 모방 범죄로 인정된 화성연쇄 살인 제 8차 사건도 ‘내가 한 거다’라고 하면서 ‘모방범죄라고 되어 있는데 아닌 걸로 밝혀지면 경찰들이 곤란한 거 아니냐.
곤란하면 이야기 안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며 “저 앞에 있던 여자 공은경 팀장님이 ‘그런 것은 상관 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이춘재씨가 한 것이 맞는다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프로파일러들의 설득이 주효했다”면서 “이춘재는 DNA가 나온 3건만 인정한다고 해서 괜찮은 놈이 되는 것 아니니 다 털고 가자고 결심하기에 이른다”고 했다.
이춘재는 이후 화성 연쇄살인 10건 이외에 화서역과 오산역 근방에서 범한 살인 사건을 포함해 12건을 설명해줬다.
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8차 사건 감정서 조작 공방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 조작 여부와 관련해 검·경이 대립했고, 대립 속에 담긴 여러 이해 관계를 봤다”면서 “법정에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런 대립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무능하고 엉터리인 경찰들이 차고 넘친다는 얘기지”, “검찰이 아니라 경찰부터 개혁해라”, “연쇄 살인마가 경찰을 걱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에효”, “여성 프로파일러분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