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이 점차 친숙한 개념으로 자리잡을 때, 커뮤니티가 생기며 ‘성지순례’라는 새 문화가 등장했다.
성지순례란 특정 인터넷 게시물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시 찾아서 댓글을 달며 기억해주는 행위다.
이 게시물들은 때때로 인터넷 밈(Meme)나 유머 소재로써 재활용되고, 한참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게시물 중 일부는 ‘성지’로 등극하며 몇 년이 흘러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 ‘성지’에 찾아와 소원을 빌고, 최근 발생한 일들을 기록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의 유명한 성지순례 게시물을 11개를 소개해보겠다.
1. 쿠키닷컴
최초의 인터넷 성지순례 게시물이다.
2001년 디시인사이드에 게재한 글이 시작으로 성지가 되었다.
작성자는 ‘쿠키닷컴’이라고 하는 먹다 만 과자를 중고로 판매하겠다는 글을 작성했다.
지금 보면 그렇게까지 웃기지는 않은 농담이었으나, 인터넷 중고거래가 생소한 당시에는 좋은 반응으로 유명해졌다.
2001년 게제된 뒤부터 2018년 5월 11일자 기준으로, 댓글 약 2만 500개가 달리면서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성지글로 꼽힌다.
쿠키닷컴 성지순례 “오늘 산 중저가형 모델 싸게 팝니다”
2.삼양라면 햄 사건
최초 발단은 2006년도 디시인사이드 면식갤러리에 등장한 글 때문이다.
성지의 작성자는 삼양라면을 오랜만에 접했는데 햄 맛이 느껴졌다며 제조사에 연락해서 삼양라면에서 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로 그는 햄 맛이 사라져서 만족스러워졌다는 후기를 남겼다.
그러나 삼양라면의 햄 맛을 선호한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작성자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성지 작성자를 욕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아버렸고, 이후 작성자는 12년 동안 욕설댓글을 받아야 했다.
여전히 성지에는 아직까지도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찾아와 욕설을 남기고 있다.
삼양라면 햄 사건 “삼양라면 맛에 대한 글이 있어서 생각났는데…”
그런데 2014년도에 성지 작성자로 추측되는 사람이 다시 등장했다.
그는 햄의 맛이 사라진 것이 자신의 항의 전화 때문이 아니라면서 뉴스 보도를 소개했다.
이후 글 “삼양라면에 햄맛 빠진 거 나 때문이 아니래잖아”
그렇지만 이 게시물 또한 성지 글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3. 빠삐놈
2008년 아이스크림 빠삐코 CF가 중독성 강한 노래로 인기를 크게 끌었다.
당시 디시인사이드의 합성 갤러리에서는 이 빠삐코 CF를 편집해서 패러디물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싱크로율 높고 완성도까지 있는 것이 바로 ‘빠삐놈’이었다.
빠삐놈 (feat. 엄기뉴 ㄴ스틴 디제이쿠 이효리 한가인)
4.”화질 구지네요”
2007년도에 지식인에서 한 질문자가 놀이터에서 주운 새끼 새를 사진을 첨부하여 어떤 종인지 물었다.
질문자가 선정한 답은 “화질구지네요”였다.
답변자는 “화질이 구리네요(좋지 않네요)”라는 의도에서 남긴 답변인데 질문자는 이것을 ‘화질구지’라는 새로 잘못 이해하고는 채택했다.
어이없는 이 게시물은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공유되면서 성지 글이 되었다.
“화질구지네요”라는 말은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들이 첨부된 게시물에서도 아직까지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유행어다.
5.엄친아
지금은 일상어로 변해버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단어의 어원이 된다.
2005년도 심윤수 작가가 그렸던 웹툰 ‘골방환상곡’에서 나왔다.
그는 세상에서는 나보다 ‘우월한 사람’이 있다며 ‘엄마 친구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에피소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 웹툰 이후로도 능력이 출중하고 어디 하나 빠짐없는 주변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 ‘엄친아’를 활용한다.
6.확률을 구해주세요
웃자고 올렸던 글에 진지하게 답변하여 유명해진 사건이다.
2010년도 네이버 지식인에 한 질문자가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려서…”라고 시작하는 말도 안되는 조건의 확률을 물었다.
조건들이 너무 많아서 함부로 풀기조차 애매한 질문이지만 답변자가 해답을 꺼냈다.
그는 진지하게 하나 하나 조건마다 확률을 따져서 결론을 내렸다.
이 말도 안되는 확률을 계산해 내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고, 곧 네이버 지식인의 유명한 성지글이 되었다.
7. 550만 원어치 약 타본 사람?
2008년도 디시인사이드 엽기 갤러리에 올라온 글로, “550만 원어치 약 타본 사람”이라는 질문 글이 게재되었다.
작성자는 백혈병에 걸린 환자로, 치료를 위해서 처방 받은 550만원 어치의 약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람들은 작성자의 쾌유를 비는 글들을 남겼다.
작성자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댓글들이 오랫동안 계속해왔고, 아직까지도 “지금은 나아서 잘 살고 있지?”라며 댓글이 달리고 있다.
8.”손발이 오그라진다”
‘손발이 오그라진다’라는 표현의 최초다.
이 글은 2002년도 부산에 거주하던 어떤 한 할머니가 적은 경고문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디시인사이드의 이용자가 소개했다.
할머니는 어눌한 맞춤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방석을 훔쳐간 사람을 “안 갓다 노면 방법한다. 방법 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라며 경고를 날렸다.
손발리 오그라진다-“경고문이오 쌔우다 이후 신선한 충격이 될 듯 하오”
9.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아직까지도 주로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가장 유명한 글 중 하나다.
주차장에서 두 대의 차량이 주차된 사진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람과 이를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만나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일부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은 주차장 사진에 대해서 기둥 뒤에 공간이 있어 운전석의 사람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일부러 이 설명에 대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척했다.
그 사람들은 “기둥 뒤에 공간이 있는 건 알겠는데,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리지?”라고 일부러 답답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설명하던 사람들이 직접 그림판을 그려서 설명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3D 영상까지도 제작하여 기둥 뒷편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10. 내가 고자라니
2003년 방영되었던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대사가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행어로 만들어버린 지식인 게시물이다.
드라마가 방영된 당시에 이 대사는 그저 약간 웃긴 장면에 불과해서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4년 후, 지식인에서 한 질문자가 “야인시대에 고자라니란 사람이 총도 잘 쏘고 시라소니도 이겼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며 엉뚱한 질문을 올렸다.
이 질문을 필두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영을 등장시켜 ‘고자’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필수 합성 요소가 되어버렸다.
11. 마우스 충전되고 있는 건가요?
어떤 컴맹이 네이버 지식인에 올렸던 질문글이 있다.
그는 “배터리가 없는 듯 해서 지금 usv?로 충전하고 있는데 불빛이 다른 색으로 변하질 않아요… 어떻게 하죠? 마우스 새 건데 지금 고장난 건가요?”라며 질문글을 작성했다.
마우스 충전되고 있는 건가요?-“제가 컴맹이라서 그런데 지금 마우스 충전되고 있는건가요?요”
이 질문에는 장난이 가득한 답변들이 달렸다.
한 답변자는 이에 “10시간 충전하셨으면 10시간 사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답변이었으나, 질문자는 감사 인사를 통해 “감사합니다! 10일이나 쓸 수 있겠어요!”라고 적었다.
순진한 이 질문 글에 많은 사람들이 큰 웃음을 터뜨리며 이것이 성지 글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