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이 층간 소음으로 생겨난 불안 장애를 견디다 못해 투신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딸이 집에서 투신하면서 영원한 이별을 해야했다고 지난 3일 제보했다.
A씨의 딸 B양은 고3 수험생이란 예민한 시기에 윗층의 고의적인 층간소음과 경찰 고소까지 당하면서 불안장애가 생겼고 원하던 대학까지 떨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에 따르면 2018년 4월께 윗층에 C씨의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부터 층간소음이 시작됐다. 소음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고 심지어 새벽까지 지속됐다.
이에 A씨는 경비실을 통해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윗층의 소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수험생인 B양은 직접 C씨를 만나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연락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A씨는 층간소음을 줄여보기 위해 한국환경공단 소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두 차례에 걸쳐 민원을 올렸지만 센터 관계자는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C씨의 집에 들러 몇 마디 건네고 돌아갔다.
센터 관계자가 찾아가자 C씨는 A씨의 아내와 B양을 경찰에 고소했고, 급기야 B양은 불안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불안장애를 앓던 시기에 B양은 원했던 대학 수시에도 떨어져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윗층을 상대로 처음에는 부탁도 해보고 사정도 해봤다. 그럴 때마다 윗층에선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나 말 뿐이었다”며 “해결방법을 찾던 중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알았지만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이 제 딸을 죽이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딸의 장례를 치룬 뒤 그동안의 증거들을 취합해 C씨를 협박∙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대구수성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C씨가 B양에게 한 욕설 등이 담긴 문자들을 캡쳐한 사진을 증거로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만으로는 C씨가 B양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혐의 없음’으로 경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B양의 사건이 입증되려면 직접 자살로 이끈 문자메시지라던지 폭력 등의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며 “C양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것은 알겠으나 그것만으로 자살을 이끌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 지역의 한 변호사는 “공동주택은 삶의 보금자리로서 세대간이 타협하며 생활방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C씨가 일으킨 층간소음은 고의성과 수인한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이 된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조계 역시 “층간소음으로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고통을 주게되면 ‘생활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동주택의 증가에 따른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센터관계자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패해 세대의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생기고 있지만 곧바로 층간 소음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가해 세대에 있어서도 저희가 어떻게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음의 심각성을 알리고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게 전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