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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 유출 피해자입니다…”서울대학교 대숲에 올라온 글


성관계 영상 유출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한 남학생이 글이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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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자신을 ‘성관계 영상 유출 피해자’라고 소개한 남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남학생은 “제가 남자인 탓에 피해자라 칭할 수 있는지 아직 혼란스럽지만, 어쨌든 이 글은 제가 한국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고 저는 내일 한국을 영영 떠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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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인의 성적 취향이나 사적인 내용을 공개적인 곳에서 얘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실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남학생에게는 4년 넘게 만나 결혼도 생각한 여자친구가 있었고, 여자친구에게는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성적 판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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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셔터스톡’

당시 여자친구는 카메라 앞에 있으면 마치 다른 사람 앞에서 관계를 나누는 듯한 착각이 들고, 야릇한 성적 흥분을 자아낼 것 같아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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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들은 남학생은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얘기한 판타지를 반드시 들어줘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학생은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뮤직 페스티벌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남학생은 “핸드폰은 결국 찾지 못했고, 어느 날 여자친구가 대성통곡을 하며 저의 집으로 찾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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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각종 성인 사이트에 두 사람의 영상이 올라온 상태였고 여자친구의 SNS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남학생은 “둘 다 핸드폰만 바라본 채 멍하니 있었고 머릿속은 그저 하얗게 변했었다. 여자친구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여자친구를 달래주고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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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이미 인터넷에는 두 사람의 영상과 신상은이 퍼졌고, 여자친구는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에 시달리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없는 외딴 해외로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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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은 한국에 남았지만 사실이 아닌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제가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영상을 유출한 것이고, 여자친구는 쫓기다시피 해외로 떠났는데 저만 철면피로 지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더군다나 원래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막대한 합의금으로 이를 무마시켰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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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를 일일이 바로잡지는 않았다. 잘못된 소문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한 명씩 연락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선 기억하기 싫은 일을 떠올려야 하는데 이는 여자친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생각해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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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에 대한 소문은 다니던 학교와 학과에 퍼져 과에서 제명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신상이 인터넷에 퍼져 욕설 문자를 받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지어 그의 부모님 회사에까지 소문이 퍼졌고 결국 남학생의 어머니는 뇌혈관 질환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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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은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기도 참 어렵다. 결국, 영상 촬영은 제가 내렸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분실한 핸드폰에서 그 영상을 찾아낸 뒤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그저 비난의 화살만 쏘아댔던 사람들, 이들만큼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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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자친구가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맹목적인 비난과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당해본 입장으로서 저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며 “비단 하나의 특정 집단을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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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해당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으며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남학생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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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 네티즌이 작성한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라는 댓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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