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간병하며 생긴 우울증’

A씨는 지난해 9월 24일 낮 12시 40분께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서 딸 B(당시 48세)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딸에게 수면제를 먹였으며, 잠에 빠진 딸의 목을 졸라 살인을 저질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혼자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상황이 오자 B씨의 대소변을 대신 받아주는 등 15년의 긴 시간동안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시는 오랜 병간호 생활로 인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범행 전 가족들에게 “달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며 고통을 토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으며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면제를 먹여 잠든 딸을 살해했으며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1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돌보며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이 죽으면 피해자를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같이 죽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한 치료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의 비극을 오직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