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90년대 초중반인 사람들의 인기를 휩쓸던 아우터는 단연 노스페이스의 숏패딩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40~50만 원이 넘는 고가의 패딩을 구매하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들을 졸라서 사서 입곤 했다.
일명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던 그 시절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유행하는 ‘롱패딩’ 유행에 맞춰 ‘제2의 등골브레이커’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10대들은 롱패딩을 가격대에 따라 1티어부터 3티어까지 나눴고, 저렴한 가격의 3티어 패딩을 입은 학생일수록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차별 혹은 배척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 모 지역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가 이런 유행에 골을 앓고 있다는 사연이 게시됐다.
학부모의 사연에 따르면 얼마 전 A씨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고3 아들의 갑작스러운 하소연을 듣게 됐는데, 아들은 20만 원대 국산 브랜드 패딩을 입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하다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A씨에게 “요즘 롱패딩은 ‘1티어’ 몽클레어 정도는 입어야 떳떳하게 학교 다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입고 다니는 20만 원 대 롱패딩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낮은 취급으로 놀림거리가 됐다고 얘기했다.
고가의 롱패딩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10대 청소년들은 이렇게 브랜드와 가격에 따라 롱패딩의 등급을 매겨 평가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 버버리, 발렌시아가, 몽클레어 등 50만 원 이상은 1티어, 비교적 더 저렴한 30~50만 원대의 국내 브랜드 제품은 2티어, 인터넷이나 시장에서 10~20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3티어 등으로 등급을 나눈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가 제품 유행이 모방심리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이것이 롱패딩 등의 유행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의 명품 사랑은 우리 사회의 과시욕, 사회의 허영이 청소년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