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출생연월을 1958년 5월에서 1962년 1월로 변경했다.
정년 퇴직을 2년 앞둔 2016년 10월에 말이다.
그로 인해 A씨는 58세에서 54세가 되었고, 정년 역시 2018년에서 2022년으로 늦춰졌다.
아직도 그는 동작구청에서 근무 중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퇴직을 앞두고 나이를 줄이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가 지난 달 15일부터 한 달 간 중앙부처와 지자체, 교육자치단체의 공무원 출생연월 정정 사례를 조사했고, 201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66명이 출생연월을 바꾼 것이 드러났다.
이중 94.5%인 157명이 나이를 줄였다.
줄어든 평균 나이는 1년 18일이었고, 2년이상 줄인 공무원도 20명이나 되었다.
지난 18일 위례시민연대는 “갑자기 어려진 공무원은 정년을 앞두고 퇴직 시기를 늦추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157명 중 114명이 50대에 나이를 바꿨고, 만 60세에 나이를 바꾼 사례도 14명이나 되었다.
서울 강남구에 근무하는 장모 국장도 지난 2015년 8월에 출생연월을 바꿔 1961년 8월생에서 1962년 8월생이 되었다. 정년 역시 1년 늦춰졌다.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그는 “실제 출생 연도가 적힌 족보를 2015년에 찾아 변경 신청을 한 것이지 정년을 늘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퇴직을 1년 늦게 하게 되어 매우 좋다”고 했다.
또한 승진 발령 직후 출생연월을 수정해 나이를 낮춘 공무원도 많았다.
조사에 따르면 157명 중 85명이 승진 직후 출생연월을 수정했다.
위례시민연대는 “높은 월급을 오래 받고 정년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자는 “공무원이 승진 직후 연령을 낮추면 높은 직위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기에 높은 월급을 받으며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 퇴직 후에도 연금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실제 2015년 1월에 5급으로 승진한 구로구청 공무원 B씨는 정년을 1년 3개월 앞두고 출생연월을 1956년 11월에서 1958년 1월로 변경했고, 정년 역시 1년 반 늦어졌다.
그러나 그는 원래 정년인 2016년 12월에 퇴직했고, 이로 인해 늘어난 정년보다 조기퇴직하는 것이 되어버려 명예퇴직으로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반 퇴직자들이 받지 못하는 명예퇴직금까지 챙기게 된 것.
게다가 해당 직급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명예퇴직자는 한 직급 올린다는 규정에 의해 5급이 아니라 4급으로 퇴직할 수 있었다.
호적상 출생연월 수정은 무척 간단하다.
변경을 원하면 관할 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정정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호적상 날짜와 실제 태어난 날짜가 차이난다는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다.
족보나 출생증명서, 백일 사진 등 출생연원일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면 충분하다.
이에 대해 위례시민연대 관계자 측은 “법원은 공무원의 출생연월일 정정을 더 엄격하게 검토하고 허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