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정도 전에 올라온 한 여성의 한탄글이 최근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20대 초반에 읽을 때는 “결국 본인이 선택한 길 뭘 원망하는거지” 싶었는데 우연히 다시 읽었다가 “현실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아 새로웠다.
“어릴 때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시절 용기있던 내 모습은 어디갔는지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초라한 스스로를 보는 것 같아졌다”라며 게시글을 공유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원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여성 A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치른 모의고사에서 전국권 한 자리를 찍으며, 지방 여고에서 교사들과 동기로부터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희망학과는 ‘의대’로 삼아서 공부했지만 수능날 모의고사 성적보다 40점 이상 낮게 나오는 바람에 결국 재수를 하게 된다.
가난한 집안 탓에 서울에 있는 유명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A씨는 지역 근처에 있는 무료 강습소에서 재수를 시작했고, 그렇게 세상사에 ‘시니컬’해지는 태도를 일관하며 어른이 됐다.
A씨는 등락이 큰 가운데 고3때보다 조금 못한 성적으로 재수시절을 끝내면서 중대 의대에 붙을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원서를 쓸 때 쯤에 발끈하는 마음에 ‘서울대 자연과학계열’을 썼고, 결국 ‘서울대’에 입학하게 된다.
그래도 딸이 ‘서울대’에 붙었다는 소식에 부모님은 좋아하셨다.
A씨는 그저 그런 대학생활을 보내다가 졸업할 즈음에 방송이나 언론 계통에 관심이 생겨 스터디를 하다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연애 상대는 무려 세 다리를 걸치고 있었고 그에 충격을 받아 마지막 학기에는 3점대를 유지하던 성적마저 뚝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졸업은 해버리고, 돈 없는 백수의 길을 걷게 된 A씨.
아무 생각 없이 땄던 교사자격증으로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으로 임용고시에 낙방한 A씨는 돈이라도 벌어야 겠다 싶어 기간제 교사를 1년간 했다.
그러나 이어 다른 직장으로 취업을 하고 유달리 스펙 좋은 남자와 선을 보게 된다.
A씨는 남성에게 첫눈에 호감은 느꼈지만 별다른 화학 반응은 없었다.
A씨는 “인생이 이렇게 안 풀렸는데. 결혼이라도 번듯히 해보고 싶다.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봤으니까. 재수하면서 여지껏 속만 썩였잖아”라며 서울대 원서를 쓰던 그날처럼 스스로를 다독였다.
결국 선을 본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된 A씨.
A씨는 시부모님이 미리 사둔 남편의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고 종종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놀았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예뻐져서 시집 잘 간 친구’로 분류되었고 하나의 ‘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A씨는 “친구들은 모른다. 아침잠을 더 자고 싶은 내가 매일 아침 꾸역꾸역 일어나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침 밥을 지으며 매일 지구 저편으로 도망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주말이면 시댁에서 내가 가정부 노릇을 한다는 것을.
요리를 꾸역꾸역 해서 커다란 그릇들에 내어가면 내 음식이 타박을 듣지는 않는지 눈치를 본다는 걸. 너무 일찍 포기해버린 인생에서 남에게 얹혀 공짜로 먹고 살만해진 댓가로 하루하루 벌 받는 것을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을”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떨어지고, 임용고시도 떨어지고, 의전 준비도 못하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초라하다는 것을. 되돌아가는 길을 모르겠다”라며 글을 마쳤다.
이에 네티즌들은 “열심히 살았고 일반적으로 성공한 인생이네. 본인이 느끼기에는 나락처럼 느껴져도”이라고 반응하는 쪽과 “저런 삶이 행복할까. 가난한 집에서 공부 잘한거면 노력 정말 많이 한 건데. 나 같아도 현타올 것 같다”라는 쪽으로 반응이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