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으로 파란 물빛과 구름, 한적한 풍경. 마치 #여행 해시태그에서 한 번 쯤은 본 듯한 ‘인스타 성지’의 모습이다. 실제로 이 장소의 사진을 올린 인스타그래머들에 따르면, “여름이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고 한다. 줄까지 서서 찍은 사진들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며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 이 곳은 우리가 여행지로 꿈꾸는 아름다운 여느 휴양지가 아니라 유독성 산업 폐기물로 가득찬 ‘죽음의 호수’다. 근처 석탄 발전소에서 석탄재 처리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저수지인 것. 70년대 말 세워진 발전소에서 배출된 각종 화학 폐기물을 오롯이 담고 있는 ‘쓰레기장’과 다름이 없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장소명을 해시태그와 지오태그로 달고 올라오는 사진만 해도 수 천 장에 달한다. 이쯤 되면 ‘모르고 가는 것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들이 직접 적어넣는 태그는 대놓고 ‘석탄재 처리장’, ‘발전소-5’라는 점에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실제로 사진을 올린 인스타그래머들의 캡션을 살펴 보면, “입수한 후 다리가 조금 빨갛게 됐지만 괜찮을 것 같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호수. 예쁘지만 화학 물질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등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수의 유해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이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발전소와 러시아 당국에서는 호수의 유독성을 알리는 문구를 배포하고 진입로 차단 등의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호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나날이 더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