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견례 자리에서 시누때문에 펑펑 울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자신을 내년 봄에 결혼을 올리는 20대 후반 예비 신부라고 밝혔다.
지난 주 일요일에 상견례를 한 A씨.
A씨는 어머니와 단 둘이었고, 신랑될 사람은 부모님과 누나 한 명으로 상견례를 진행했다.
A씨는 안타깝게도 어렸을 적 부모님 가게 건물에 불이 나는 바람에 아버지를 여읜 것.
그 당시 사고로 어머니는 다리를 크게 다치셨고, 그 후로 다리를 아직까지도 약간씩 저신다.
상견례를 두고, 어머니는 역시 다리 때문에 ‘딸이 주눅이 괜히 들지 않을까’ 하는걱정이 많으셨다.
혹시 예비 시댁에 책잡히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특히 A씨의 아버지도 없는 탓에 “한 쪽 테이블에 여자 둘이 앉아 있는 게 초라해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하셨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뿐이었다.
A씨는 “예비 시부모님이 정말 인자하고 좋으신 분들이다. 저희 엄마께 ‘여자 홀몸으로 고생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딸인만큼 공주처럼 살 수 있게 아들에게 신싱당부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상견례 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벌어진 건 예비 시누였다.
식사 도중 잠깐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운 시누를 따라, A씨의 어머니도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들리는 큰 소리.
어떤 아주머니가 A씨의 어머니께 큰 소리로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고, 어머니는 계속 ‘죄송하다’만 연신 말씀하셨다.
큰 소리를 듣고 나간 예비 시부모님과 남자친구와 A씨 역시 무슨 상황인 지 파악이 안되어 놀란 채로 현장만 지켜보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예비 시누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었고 그 옆 세면대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도 손을 씻고 있었다.
A씨의 어머니가 볼일을 보고 나와 세면대쪽으로 향하다 크게 미끄러지며 넘어지셨고, 넘어지다가 휘두른 손에 세면대 옆 쪽에 올려놓았던 아주머니의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세면대 옆 벽에 있는 핸드워시통에 금이가는 바람에 세정제가 흘러서 바닥에 고여있었던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A씨의 어머니가 밟고 미끄러지신 것.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하얀색 코트가 세정제로 더러워졌기 때문에 A씨의 어머니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A씨는 그 상황만 봐서 어머니가 실수한 건 줄 알고 죄송하다고 하고 세탁비를 변상해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화를 멈추지 않았고, “몸도 성치 않으면서 왜 이런 데 다니면서 민폐를 끼치냐”며 막말을 한 것.
그때 예비 시누가 나섰다.
그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본인 옷 망가져서 기분 나쁜 건 이해하겠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그 상황에서는 넘어진 분께 괜찮냐고 물어보고 일으켜드리는 게 먼저 아닌가요? 사과 드리고 변상한다고 했잖아요. 비싼 옷 걸치고 나왔으면 그에 맞는 수준을 갖추고 매너있게 행동하세요. 내 눈에는 아줌마 귀따갑게 소리지르는 게 더 민폐같네요”라고 앙칼지게 아줌마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 말 듣고 아주머니는 더 화를 냈고, 레스토랑 직원들이 조용한데 가서 얘기하자는데 예비 시누는 어쩌다 넘어지게 되어서 이 사단이 났는지 따박따박 따졌다.
“화장실에 저렇게 물비누가 쏟아져 있으면 몸이 성한 사람도 밟고 미끄러지는데, 하물며 몸이 불편하신 분은 어떻겠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일이 생기는거냐. 양가 상견례 자리라 일부러 신경써서 좋은 식당 예약했는데,
중요한 가족 행사 망치고 이렇게 사돈 될 분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이 식당 예약한 우리 부모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겠나. 넘어지면서 어디 잘못되지 않았는 지 병원가서 다 검사해볼테니까 보상하시라”고 사이다스럽게 말했다.
그제서야 식당 책임자가 와서 정중히 사과하고 아주머니의 코트는 따로 변상하기로 하고, 추후 치료비가 발생한다면 그것 또한 책임지겠다고 하여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A씨의 어머니는 “사돈 처녀가 도와줘서 다행이었다. 고맙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예비시누는 “비누 쏟아져 있다고 조심하라고 미리 말씀드렸으면 안넘어졌을텐데, 제가 주의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런 시누의 태도를 보자 A씨는 갑작스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딸이나 되어서 엄마가 괜찮은지 묻지도 않고 사과나 하고 있었다는 게 화가 나기도 하고, 다리 다친 게 죄도 아닌데 엄마가 그 자리에 나오면서 걱정했던 것부터 모든 게 다 서글프고 미안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A씨는 “연애하며 예비시누를 몇 번 봤지만 항상 불편했다. 무뚝뚝하고 말도 없고, 개인주의라 결혼하고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 지 걱정되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리고 그날밤 처음으로 예비 시누에게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시누는 “어머님 괜찮으신지, 너무 격하게 화를 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더욱 난처하게 만든 건 아닌 지 모르겠다. 미안하다. 아까 많이 울던데, 나 때문에 창피했냐. 미안하다”고 말했다.
예비 시누에게 반했다는 훈훈한 마무리와 함께 글은 끝이 났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읽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글쓴이 행복하게 살라고 먼저 가신 아버님께서 좋은 가족 만들어주시나보다. 사랑받는 딸,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시라”, “인성이 제대로 된 시누네요.결혼하면 시가때문에 힘든 일은 없겠어요.
결혼축하합니다” ,” 시누 멋지네요. 저렇게 논리정연하게 따지시니 어머니께서 덤탱이 쓰지도 않고 따로 고마웠다고 말해주면 시누가 보람을 느끼겠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