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통역관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통역관은 미국 국무부 소속인 이연향통역국장이다.
그는 한국외대 통역 대학원을 나와 통역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연향 국장은 지난 5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통역을 담당했다.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통역을 전담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가 미국으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12월 11일 이연향 통역국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가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인터뷰에서 이연향 국장은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 꿈이 ‘방송사 PD’ 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동양방송에 원서를 받으러 갔으나 “여자는 PD를 못한다”는 말을 듣고 대신 ‘아나운서 원서’를 받았다.
아나운서에 대한 뜻은 없었기 때문에 이 씨는 결국 전업주부가 됐다.
이후 아이 둘이 생긴 1989년, 33세의 나이로 뒤늦게 한국외대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에도 이 국장은 “왜 애 엄마가 이렇게 일을 하느냐” 등 성차별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약 2년간 미국 몬트레이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 1998년 한국으로 귀국하려 했을 때 이 국장을 미국에 정착하게 한 결정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연향 국장은 “중3 딸을 고등학교에 특례입학시키려했는데 교육청에서 ‘아빠 따라가 외국에서 공부한 아이들은 대상이지만 엄마 따라간 아이는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성차별이 이렇게 심한 나라에서 딸을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일을 계기로 이 국장은 미국에 남아 자녀들이 미국에서 학교를 마치게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통역관으로서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